Abyss, 심연속으로 - 한계를 뛰어넘다.
저 수영 못하는데요.
그러니까 수트 입고 산소통 메고 들어가는 거지!
고민할 거 없어, 즉시 실행!!
Right now!!!
과거 친하게 지냈던 선배님을 오랜만에 만났다.
살도 많이 빼셨고 무엇보다 반팔 셔츠 사이로 보이는 팔근육이 예사롭지 않았다.
운동하시는지 물었고 스킨스쿠버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스킨스쿠버???
알고 지낸지는 꽤 되었었는데, 스킨스쿠버를 하시는지는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나에게도 스킨스쿠버를 권하신다.
수영을 못하고 물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하니, 산소통 메고 들어가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하신다.
응?
너무나 논리적인 답변이다.
물에 대한 공포가 크다.
어느 정도인고 하니 살면서 수영을 배워본 적도 없고 수영장에 간 것도 손에 꼽을 지경이다.
선배님의 제안을 듣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만의 한계를 그어 넣고 사는 것은 아닌가?
물에 대한 공포는 극복해볼 수 있는 게 아닌가?
다양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잠시 동안 머뭇거리다 시도해 보겠노라고 답했다.
그렇게 스킨스쿠버 강습이 시작되었다.
뜨악... 엄청난 깊이의 수조가 반갑게 맞이한다.
어서 와 스킨스쿠버는 처음이지?
수조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읊조린다.
선배님의 후배인 해군 출신의 친절한 강사를 따라 수트와 장비를 장착하고 마스크를 쓴다.
마스크를 쓰자마자 코로 숨 쉴 수 없는 답답함과 함께 공포감이 스멀스멀 밀려오기 시작한다.
드디어 물속으로 잠수!!!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일어서면 바로 수중 밖으로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깊이에서조차 적응하지 못하고 물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호흡기를 통해 입으로 숨을 쉴 수 있지만 일단 물속으로 들어가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러길 수차례, 입으로 숨 쉬는 게 익숙해지자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번째 수업에서는 드디어 5m 깊이까지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
고작 5m 잠수에 웬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지만, 40년 동안 물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왔던 나에게는 정말 큰 사건이다.
스킨스쿠버 강습 이후로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운동으로 인한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한계에 도전하면서 얻은 자신감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등이 얼굴에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다.
내친김에 수영강습까지 신청했다.
스킨스쿠버를 하다 보니 발차기가 안되면 심연 속에서 거북이와의 조우가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배님께서는 수영 못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수영까지 자연스럽게 입문시키고자 했던 선배님의 큰 그림이었을까?
여하튼 나를 도전으로 이끈 그날 그 시간 선배님과의 우연한 만남이 신기하기만 하다.
거북이와 인어공주를 만나는 날까지 꾸준히 도전해보겠다.
YOU ONLY LIVE ONCE.
한계는 없다.